99년 8월 초...

호주에서 몇 일간 돌아다니다보니 역시 절실히 느껴지는게 영어공부의 필요성이었다. 처음엔 어느정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왠걸, 영어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해야만했다. 호용이와 나는 끝임없이 진작에 영어 공부좀 해둘걸 하고 후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차이나 타운의 약간 번화한 거리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키가 190은 족히 될 노랑머리 백인남자와 갈색 머리에 키가 180정도의 백인남자 이렇게 둘이, 우리쪽으로 다가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거는것이었다.


"Hi, Nice to meet you, Where are you from?"


 이게 무슨 일이지 싶었지만 일단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없어서..;; 웃으며 대답을했다.


"Nice to meet you, too. I from Korea."


 그러자 약간은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키 큰 남자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오우, 넘후 넘후 반가습네다. 한쿡에서 오셔씁니카!"


"아...네... 뭐....;;;"


 그러더니 그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성경책을 내보이며 자신은 한국으로 파견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선교사인데 나가기 전에 봉사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상대로 무료 영어 교실을 연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조그만 전단지하나를 내밀면서 나중에 저녁 7시에 다시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별다른 일정도 없었고 가뜩이나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져가고 있던 판이라 이게 왠떡이냐 하고 가겠노라 약속했다.


 우리는 거리 구경을 하고, 저녁식사를 간단히 마친 다음에 7시까지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그 곳에선 예의 그 키다리와 갈색머리가 기다리고있었다.


"오우, Good Evening! 오셨쿤요. 다들 키타리고 이씁네다. 우리,아니 빨리 갑세다."


 그러더니 우리를 건너편 고층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9층을 눌렀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마치 영어학원같은(?) 분위기의 층이 나왔다. 안에는 한국인도 두어명 있었고 가운데 홀을 중심으로 여러개의 작은 방들이 있었다. 안에 있던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우리도 작은방중 한 방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고 가운데는 성경책과 기도집 같은게 놓여있었다. 나는 그걸보고 아, 여기는 선교원이니까 성경책으로 영어공부를 시켜주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영어로 이야기를 하겠지하고 키다리와 갈색머리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갈색 머리가 키다리보다는 훨씬 유창하게 이야기 했다.


"자, 먼저 기도부터 드리겠습네다. 앞에 있는 기도집을 펴고 기도를 드리겠습네다. 아. 우리는 모두 아버지의 형제들입네다. 믿쑵네다. 당신을 믿쑵네다."


뭐 기도를 드린다니 나는 카톨릭이었지만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 같이 기도에 동참했다. 기도가 끝나자 그의 눈길은 성경책을 향했다. 나와 호용이는 눈빛을 교환하며 이제야 영어를 가르쳐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갈색머리는 우리쪽으로 성경책을 내밀며 말했다.


"190페이지를 읽어보겠습니다. 누가 읽어보겠습니까. 오우. Mr. Whang! 읽어보도록 합니다."


 호용이가 얼떨결에 190페이지를 펴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그 때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쩌구저쩌구...."


 이런... 또 한국 말이었다. 호용이가 읽고 나자 똑 같은 그 부분을 키다리 선교사가 더듬거리며 읽기 시작했다.


"그 퉤"


 그러자 갈색머리가 참견했다.


"그 때!"


 키다리가 다시 읽었다.


"그테, 여오아케서 말쌈하세기를..."


 또 다시 엄숙한 표정의 갈색머리가 끼여들었다.


"말씀하시기를!"


 결국 우리가 한국말로 읽고 그걸 키다리가 따라 읽고 갈색머리가 키다리의 발음을 교정해주고 그러다가 2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그때까지만해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 give and take니깐 우리가 먼저 가르쳐주고 저 사람들이 우리를 가르쳐 주겠구나.'


 그러나 갈색 머리의 마지막 기도까지 끝나자 그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우,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여호와의 충만한 은총 아래 우리 형제가 하나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곤 성경 한권을 내밀었다.


"이걸보고 믿음을 키워 천당가세오! 오늘 정말 좋은 시간이었으니 내일 또 오는거죠?"


 얼이 빠진 호용이는 말이 없었고 내가 부랴부랴 핑계를 댔다.


"아. 오늘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내일 여행사를 통한 투어를 신청해놔서요."


"오우, 안타깝군요.. 그럼 투어를 마친후에 다시 연락합세다."


 그러며 명함을 성경에 끼워 내밀었다. 숙소로 돌아와 성경을 펼쳐보니 한국말로 되어있었고 표지 밑에는 몰몬 경이라고 금글씨로 쓰여있었다. 에고, 영어배울려다 한국말만 가르쳐주다왔네....-_-;; 지금도 가끔 한국에 와있는 외국인 선교사들을 보면 그때의 아스라한(?) 추억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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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유니몰FT
    2008.11.11 15:51 신고

    ㅋㅋㅋ 웃고갑니다.^^


  2. 2009.02.20 15:21 신고

    그 퉤~ㅋㅋ 넘 잼있네요^^ 몰몬교 선교사분들였나부져 ㅎ

  3. 오렌지쥬스
    2009.04.04 15:01 신고

    ㅎㅎㅎ 저도 호주에서 비슷한경험이 있었답니다~
    무료로 문법을 가르쳐준다길래 갔었는데...
    뒷이야기는 라이님 상상에 ㅋㅋ

  4. BlogIcon 예스비™
    2009.04.16 17:16 신고

    이런~ㅋㅋ 당하셨군요~
    해외 여행은 안해봐서...많이 부럽군요.
    자주와서 대리 체험 할께요^^&

  5. 깡이
    2009.07.06 19:27 신고

    전 한 번도 걸려본(?)적 없는데.ㅋㅋㅋㅋㅋ
    우리도 영어 갈쳐 줘요! 하고 대드(!)시지 그러셨어요...ㅡㅡ;;;

  6. HN
    2009.08.07 09:55 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요ㅋㅋㅋ

  7. BlogIcon 우치타
    2009.12.16 10:45 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형적인 수법이네요. 친구들도 호주왔다가 많이들 걸리던데..
    라이너스님이 만난분들은 그나마 착한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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