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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변을 보면, 자신의 마음을 거절당했음에도 여전히 그녀에게 헌신적인 사람들을 보곤 한다. "친구 사이라도 좋아, 좋은 오빠동생 사이라도 괜찮아. 언젠간 그녀도 나의 이런 마음을 받아줄꺼야." 심지어 남자친구가 있는 그녀지만 가끔 만나서 영화도 보여주고, 술도 사주고, 심지어 연애 상담역까지(이런!) 자청한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까지 만들었을까, 사랑? 희망? 그것도 아니면 집착? ^^; 이제부터 필자의 절친한 친구에게 있었던 일을 잠시 공개하고자한다. K군 미안하다. 죽을 죄를 지었다. 너도 알겠지만 소재거리엔 친구도 없다.-_-;


취업 준비로 정신이 없는 경영학과 4학년 K군. 학점도 괜찮은 편이고, 자격증도 많이 따놨고, 자소서에도 공들였는데... 번번히 형편없는 토익점수 때문에 서류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그래서 늦게나마 토익스터디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혼자일때는 막막하기만 하던 영어의 가닥이 이제서야 조금씩 보이는듯 싶기도했다. 게다가 외롭고 쓸쓸한 취업의 길에 든든한 동지 한명을 얻은듯 했는데, 바로 영문과 3학년인 S양이었다. 단아한 외모에, 사려깊은 성격, 게다가 취향이나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서 한쪽에서 한마디를 꺼내면 한쪽에서 바로 그말을 이어 대화가 끊이지않을 정도로 잘 통하는 사이였다. 그런 그녀를 K군은 조금씩 좋아하게 됐는데... 그러던 어느날...

K군: 어제 그거봤어? 너무 재밌던데.

S양: 아, 오빠도? 맞어, 맞어. 남자주인공도 너무 멋있구... 너무 로맨틱하구...


K군은 슬며서 S양을 떠봤다.


K군: 그래... 갈수록 상큼한 러브스토리던데... 아... 가을도 오고... 나도 어디 그런 러브스토리없나. 참, S. 너 남자친구 있어?

S양: (머뭇거리며) 응... 그게... 남자친구 비슷한 사람이 있는데... 요새 좀 그래...

K군: 아... 그렇구나. 사이가 안좋나봐?

S양: 음... 좀... 캐나다로 어학연수갔어. 연락도 뜸하고... 그냥 요새 좀 소원해진것같아.


남자친구가 있단 말에 처음엔 실망했던 K군이었으나, 그가 누군가. 포기를 모르는 남자 K가 아니던가. 게다가 S양의 말을 들어봐서 어학연수 가서 연락도 잘 안하는거 같고... 아마 거기서 딴 여자가 생겼겠지. 나쁜놈. 아니지, 고마운 놈인가? ^^; S양도 저렇게 말끝을 흐리는거보면 그애보다 나한테 마음이 더 있는게 분명해... 그래, 사랑은 움직이는거야. 내가 나쁜놈이 되도 좋아. 하지만 그녀를 잡지않는다면 후회할지도 몰라... 이런 생각에 더더욱 S양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가는 K군이었다.

둘은 같이 열심히 공부도하고 취업준비도 하면서, 조금씩 정(?)을 키워나갔다. 심지어 주말이면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영화를 보러가기도 하고 근처 공원으로 나들이를 가기도했다. S양은 바쁜 일상 속에서 누리는 작은 여휴를 즐거워했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건 K군에게도 큰 기쁨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를 바래다주던 골목길 앞에서 K군은 S양에게 말했다.

K군: 나... 너 너무 좋아해. 내가 이러면 나쁜놈인줄 알지만. 내가 나쁜놈이 되고서라도 널 잡고싶다. 이런 내맘 받아줄래?

S양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S양: 오빠... 나도 물론 오빠가 너무 좋아. 근데 내 남자친구는 내가 힘들때 함께 있어줬던 아이고. 그래서 마음이 복잡해. 걔를 만나기전에 오빠를 먼저 만났더라면 좋았을텐데... 미안해... 지금은 오빠 맘을 받아들이지 못할것같아.

K군: 그래, 너무 많이 어려울꺼야. 지금 당장 답을 달라는건 아냐. 충분히 생각해보고, 니 마음이 시키는데로해.

S양: 미안해. 나 오늘 사실 오빠한테 마지막 인사하려고 나온거야.

K군: 그, 그게 무슨 말이야?

S양: 남자친구가 며칠전 입국했어. 어학연수 하다말고, 내가 그만 끝내자니까 갑자기 달려온거야. 내가 그에게 그렇게까지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몰랐어. 그는 내가 힘들때마다 내 곁에 있어줬는데... 내가 나쁜 애였어. 오빠한텐 정말 미안한데... 나 걔를 도저히 떠날수없을것같아.

K군은 절망했다. 눈물이 왈칵나서. 남자 자존심도 버리고 울며불며 사정도 해봤지만 그녀는 이미 굳은 결심을 한듯 흔들리지않았다. 그러나 K는 희망을 버리지않았다.

K군: 그래. 알겠어. 하지만 니 뒤엔 언제나 너만을 사랑하고, 또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걸 잊지말아줘. 언제든 힘들고 지치면 내게 와도돼. 그땐 언제나 웃으면서 널 받아줄테니까...

S양: 오빠, 그렇게까지 안해도돼. 그럼 오빠가 너무 힘들잖아.

K군: 그럼 그냥 좋은 오빠 하나 생겼다고 생각해. 오빠 동생사이라도 좋아. 그건 괜찮지?


그는 그런일을 겪은 후 필자를 찾아와 울고불며 하소연을 했다. 조용히 그의 잔에 술 한잔 따라주며,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충고했으나 그는 끝내 말을 듣지않았다. 뒤에서는 괴로워하면서도 그녀 앞에서는 쿨한척, 태연한척 애쓰는 녀석이 안쓰러웠다. 가끔 그녀 남자친구 몰래 그녀를 만나기도 했다는데 영화를 함께보거나, 술을 한잔씩 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녀의 고민거리나 연애상담;;;; 마저 들어주며 좋은 오빠 노릇을 자처했다. 그렇게까지나 그녀를 잡고 싶었던 것일까. 지켜보는 필자로써도 참 안타까웠다. 그렇다면 남자들은(혹은 여자들은) 왜 거절당했음에도 포기를 못하는걸까, 심지어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인데도 왜 계속 매달리고 힘들어하게 되는걸까? 지금부터 그 심리에 대해서 필자와 함께 차근차근 짚어보도록하자.^^



1. 조금만 더하면 될것같았는데...

가끔 저녁이면 그녀와 영화를 보러가기도하고, 주말이면 근처 공원으로 나들이도 나가고, 커피샵에 앉아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하고... 점점 확신이 든다. 그래, 그녀도 나를 좋아하는거야.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이렇게 계속 만나고, 시간을 보낼리 없잖아. 그래서 상대에게 고백을 하고, 거절을 당하면 한동안 실의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어느정도 정신줄(?)이 돌아오면 실패의 요인을 나름 분석해본다.


"이상하다... 거의 될듯했는데... 고백이 너무 빨랐나? 조금만 더 시간을 뒀다가 다시 해봐야겠다."

혹은,

"그런 타입인지 몰랐는데... 튕겨보는건가? 그래, 한두번 튕기는건 미덕이라지... 포기는 일러..."



그리곤 다시 한번 재기(?)의 기회를 노려본다. 물론 이는 당신과 그녀의 관계가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드는 생각이다. 하지만 상대의 심리도 생각해볼 필요가있다. 당신에게 있었던건 확신이었지만, 그녀에게 당신은 단지 외로울때 곁에 있어주고, 심심할때 같이 놀아주는 좋은 오빠, 혹은 친구였을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이때부터 그녀를 향한 마음은 집착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란 고전적인 명언(?)도 떠오른다. 하지만 찍고 찍다가 결국 상대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듯 찍히기는커녕 날하나 안들어가는 나무거나, 혹은 자기가 들고 있던 도끼가 날이 없더란걸 발견하게된다.;;

물론 주위를 보면 9번 거절 당하고도 10번째는 당당히 승락을 받아냈다느니, 지성이면 감천이라 그녀도 언젠가는 넘어올꺼라는 말들이 많이들 들려온다. 하지만 역사는 성공한 사람의 스토리에만 관심이 있을뿐이다. 9번 거절당하고도 10번째 승락을 얻어낸 상위 1%의 남자가 있기위해 얼마나 많은 99%의 남자들이 피눈물을 흘렸다는 말은 전설처럼 전해내려오지 않는다. 달걀을 세워보라는 사람들의 요구에, 삶은 달걀 끝을 깨서 테이블 위에 세웠다는 콜럼버스처럼 발상을 전환해보라. 한명을 10번찍을 노력이면, 그 사이에 10명은 더 찍어볼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보일것이다.^^; 물론 아무에게나 껄떡거리며 마구 찍어대란 말을 하는건 아니다. 다만 꼭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당신을 사랑하고 아껴줄 누군가가 어딘가엔 반드시 있을꺼란 사실을 잊지말라는 뜻이다.^^ 


2. 진심으로 사랑해서?

당신은 생각한다. 당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그래서 그녀가 아니면 안된다고... 하지만 말이다.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과연 사랑의 정의는 뭘까? 혼자서 하는 건 엄밀히 말하자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예쁜 단어 앞에 '짝'이라는 못난 단어가 들어가면 이른바 가슴 아프기 그지 없는 짝사랑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향하는 사랑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그녀를 좋아하는가? 왜 그녀가 아니면 안되는가? 그건 어쩌면 사랑 때문이 아닌,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슨 말이냐고? 그녀는 예쁘고, 친절하며, 사려깊고, 가정적이다. 그야말로 당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다 갖추고있다. 그래서 당신은 생각한다. 이 여자야말로 내가 찾고있던 이상형이라고... 당신은 그녀에게 빠져들게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에 대한 감정이 점점 커져, 나중에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절대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까지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한걸음 물러서 생각해보면 그건 당신이 그녀를 잡고 싶은 이유일뿐, 당신과 그녀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래 사랑에 빠지면 객관적인 상황판단력과 이성이 마비된다. 특히나 거절 당했을때는 더더욱 감정이 앞서게 된다. 힘들겠지만 이럴때일수록 한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자. 그리고 사랑이란 단방향이 아닌 쌍방향이라는 걸 항상 기억하길 바란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또다른 인연을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면 당신은 그제서야 깨닫게 될것이다. 아, 이런게 진짜 사랑이구나... 하고 말이다^^


3. 기다리다보면 결국 내게 올것만 같아서.

거절당한 남자는 여자에게 이런말을 하곤 한다.

"내맘 받아줄때까지 영원히 너만을 기다릴께..."

"그냥 좋은 오빠 하나 생겼다고 생각해. 그건 괜찮지?"


이것은 남자의 로망, 스스로의 아픔을 남몰래 달래지만 상대에겐 쿨한 오빠인척 하는 차가운 도시의 남자...ㄷㄷ;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게 될것이다. 그건 친절하게 어장까지 만들어 스스로 그곳으로 기어들어가는 물고기가 되는 행동일 뿐이란 것을... 좋은 오빠라도 괜찮아? 오빠가 결국 아빠가 되게 되어있다고? 그건 그저 좋은쪽으로만 생각하고싶은 당신의 착각일뿐이다. 당신은 그녀를 '연인후보'로 생각하겠지만 그녀는 당신을 배고플땐 맛있는걸 사주고, 심심할때면 놀아주고, 힘들땐 기댈수있고는 '좋은오빠'라고 생각할테니 결국 당신이 그녀에게 기대하는 기대치가 충족될리가 없다.
 


당연히 불만과 실망이 쌓여서 결국은 스스로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될수도있다. 그녀는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혹은 직장일로 힘들때마다, 심지어는 남자친구와 싸우고 당신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할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당신은 정말 좋은 '오빠'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혹시 당신은 카운셀링을 나선 무료 자원 봉사자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까지 빌어주는게 진짜 사랑이라고? 인내하며 기다리다보면 결국 당신에게 올거라고? 그렇다면 당신의 사랑은 어쩔건데!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건 좋다. 하지만 우선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자. 자신을 사랑할줄아는 사람이 결국 다른 사람과의 사랑도 잘할수있다는걸 꼭 기억하길 바란다.^^


어쨌거나 필자의 친구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면...  결국 S양은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도 그토록 헌신적이던 K군이 무색하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K군도 마침내 완전히 그녀를 포기할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도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 잘 사귀고있다. 예전에 베풀지못했던 사랑을 보상받고 싶어서였을까. 여자친구에게 정말 잘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보인다.^^ 그래, 녀석. 사랑은 둘이서 해야 제맛이지^^ 뭐 과정이야 어쨌든 결국은 모두가 해피엔딩인가...^^;

사실 인간의 짧은 시야로는 가까운 미래조차 내다보기 힘들다. 지금은 그녀가 없으면 죽을것같고, 세상이 끝날것같지만 결국 언젠가는 그 상처도 치유되고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루어지지못한 사랑의 아픔에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 힘내라. 당신이 잘못한건 하나도 없다. 그냥 당신은 죽도록 그녀를, 그를 사랑했을뿐. 그리고 기억하라. 다른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사랑했었단것 하나만으로 당신은 앞으로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단 사실을 말이다.^^ 그대들의 앞에 다가올 새로운 인연에 건투을 빈다. 화이팅^^


잘누른 추천 하나, 열 악플 안 무섭다구요.^^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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