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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들은 인도네시아에서 7년간을 살았다. 인도네시아도 커피 생산국 중의 하나라 나도 덩달아 다양한 커피들을 마셔보았는데... 그중에 가장 특이했던 커피가 바로 코피 루왁.

어느날 식사를 하고 어머니가 커피를 내오셨다.

"아들, 사향 고양이 커피다. 먹어봐라."

"네? 사향 고양이요? 커피에 고양이가 들어가나요.ㄷㄷㄷ;"

무슨 개소주도 아니고...-_-; 뭐... 다소 얼빠진 내 대답에 어머니가 잠시 멈칫하신다.ㅋㅋ 코피 루왁은 코피(Kopi:인도네시아말로 커피)와 루왁(Luwak: 역시 인도네시아말로 긴꼬리 사향 고양이)의 합성어로 사향고양이로 만든 커피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든 커피다. 그 얘길 듣고 나는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한국의 모 커피샵에선 한잔에 5만원이나 하는 커피라는 말에 일단은 커피잔을 손에 들었다.

커피를 한잔 들이키는 순간... 아... 매우 짙고 풍부한 향이 나면서도 전혀 쓴맛이없다. 깊고 풍부하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한 맛이랄까...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루왁이라는 고양이는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매우 잘익고 맛있는 커피 열매만 따먹는다고 한다. 과즙이 있는 부분은 고양이의 뱃속에서 소화가 되어버리지만, 단단한 커피열매 씨앗은 배설물의 형태로 고양이의 몸밖으로 배출된다. 이때 체내의 소화액과 함께 소화과정을 거침으로써 일종의 발효효과랄까? 그런게 생겨 커피의 쓴맛을 없애주고 독특한 향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좀 지저분하지않을까,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커피를 골라내어 깨끗이 씻고 말린후 껍질을 한번 더 벗겨서 볶는 과정을 거치기에 사실은 꽤나 위생적이라고한다.

사실 나는 기본적으로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않았다. 어릴때 내가 알던 커피는 커피믹스거나 프림과 설탕을 잔뜩 넣은 커피가 다였기에.. 철이 들면서부터 마시기 시작한 원두 커피는 내게 식후의 평온함과 휴식을 주었고 지금은 식후엔 원두 한잔을 떠올릴 정도로 원두커피 애호가가 되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부산에 있는 집에 가면 어머니는 그 귀한 코피루왁을 꺼내오신다. 물론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구입한거라 한국에서만큼은 안하겠지만 사실 다른 가족들도 내가 집에 오는 날에만 코피루왁을 마실수 있다고한다^^; 어머니가 건내주시는 커피 한 잔에서 진한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랑을 느낀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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