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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만 헤어져."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길목에 느닷없이 맞닥들인 이별. 갑작스런 그의 이별 통보에... 오히려 더 실감이 안났다. 미처 받아들이지못한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걸까 그저 한줄기 차가운 눈물만이 뺨을 타고 흘러내릴뿐... 터져나오는 울음을 누르며 이유가 뭐냐고, 내가 싫어진거냐고 간신히 되물었지만 차갑게 돌아오는 그의 한마디...

"그냥 다 내가 나쁜놈이라서 그런거라 생각해. 그만하자."

먼저 좋아한다고 해놓구선, 자기없인 못살게 만들어버려놓구선, 언젠간 꼭 나랑 결혼하겠다고 해놓구선... 지키지도 못할 미래였으면 차라리 보여주지나 말지, 이젠 그 없인 상상도 할수없는 미래가... 더욱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가 말하곤했던 장미빛 미래, 행복만이 가득한 환상은 여전히 기억속에 남아있지만... 그속에서 함께 웃고있어야할 그와 나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않고 홀로 남겨져 울고있는 내 모습만이 자꾸 떠오른다.

따귀를 때리고, 물잔을 끼얹고, 나쁜놈이라 욕이라도 하고싶지만... 갈라져버린 입술에선, 메어진 목에선 더이상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점점 뿌옇게 흐려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수밖에...

이별을 '통보'받은 순간... 아마 세상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이 아닌가 싶다. 바로 어제까지만해도 그와 함께하던 달콤함과 행복감과 즐거움은... 어느새 따뜻한 남의 집 창문 안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불꺼진 성냥을 들고 차가운 처마 아래 서 있는건 결국 나 혼자일뿐이란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야 만다. 

슬픔, 괴로움, 원망, 그리움, 쓸쓸함...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해내기 힘든 그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살아온 방식이 다른만큼 이별을 받아들이는 반응도 저마다 다를것 같지만...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들은 대체로 아래와같은 3단계의 심리적 변화를 거친다고 하는데...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도 정확한법. 오늘은 당신이 이별을 경험하고 겪었던 심리적 변화와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었던 심리적 늪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겠다.

 1단계: 슬픔, 그리고 현실부정.

내가 뭘 잘못한걸까, 내가 싫어진걸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이 생긴걸까. 아냐 아냐, 내 사랑만은 그럴리가 없어. 절대 아닐꺼야. 어제까지만해도 웃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그였잖아. 그의 목소리, 그의 눈빛, 내 머리결을 쓸어넘기던 그의 손길...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걸 인정할수없어!

뭔가 사정이.... 뭔가 이유가 있어서, 어쩔수없는 이유가 있어서일꺼야. 그래 이별을 말해놓고도... 어쩌면 그 혼자서 감당할수없는 많은 힘들일 때문에 혼자 괴로워하고있을지 몰라. 그리고 그런것까지 감싸안아주는게 사랑인거잖아.

전화를 걸면 여전히 웃으며 그가 전화를 받을것같고... 학교 앞에서 만나면 여전히 손을 흔들며 달려올것만같다... 나만을 사랑한다는 그가, 더이상은 내것이 아니라는걸 도저히 받아들일수없다.

그렇게 오늘도 하염없이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괴로워한다.
 


 2단계: 자존심, 그보다 큰 그리움.


현실 부정의 순간을 며칠간 겪고 나면 치솟았던 감정이 어느덧 조금씩 차분해진다. 어느덧 현실은 인지하기 시작하고 그가 나에게 이별이란걸 말했다는게 실감이 난다. 하지만 이때 다시 치고올라오는 또다른 감정은 바로 그리움이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초겨울 앙상한 가지에 붙어있는 빛바랜 나뭇잎처럼... 겨우 한가닥 남아있는 자존심 때문에 참고 또 참는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오히려 잘못한건 그인데... 분명히 후회하고, 잘못했다고 먼저 연락할꺼야. 힘들어도, 괴로워도 내가 먼저 연락할순없어. 그건 아닌거잖아.

하지만... 울리지 않는 전화기만 하염없이 만지작거리며 참고 또 참다가 결국 떨리는 손길로 수화기의 SEND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그는 연락을 받지않는다. 차라리 하지말껄하는 후회와 함께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상처받은 자존심 보다 더 큰, 그리움이란 녀석이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3단계: 간절함, 그리고 현실

그 순간부터 당신의 머리 속의 그와의 기억은 더욱더 아름답고 애절하게 편집되고 재구성된다.

"그도 어쩌면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 용기가 없어서 그런건지도 몰라."

...라는 핑계로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며 무작정 그의 집앞으로 찾아간다. 이땐 자존심이고 뭐고 아무것도 떠오르지않는다. 원래 자존심이란 녀석은 버리기 전엔 정말 턱끝까지 차있더라도 넘치지않지만 버리는 순간 둑터진 댐처럼 흘러 넘쳐 아무것도 아니게 되버리는 거니까. 그렇게 그가 나오길 기다리며... 우연히 만난것처럼 미리 핑계까지 준비해보지만... 결국 그는 나타나지않는다.

망설이던 당신은 또다시 휴대폰의 SEND버튼을 누른다. 몇번 울리던 전화벨은 여지없이 자동착신음으로 전환된다. 당신은 그에게 이렇게 문자 메세지를 남긴다.

'집 앞이야. 우리 얼굴보고 얘기해."

하지만... 문자는 다시 돌아오지않고... 어느덧 애절함은 비참함으로 변한다.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한마디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쁜자식..."

한없이 자기자신이 초라해지고, 세상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는것만같다. 스산한 가을 바람이 밀려오지만... 이젠 기댈수있는 어깨는 그 어디에도없다. 위와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겪고 나면 결국 인정하는 순간이온다. 당신이, 그리고 그가 헤어졌다는... 이별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별의 아픔. 세상 그 어떤 쿨한 사람이라도, 그 어떤 잘나가는 사람이라도 이별 앞에서까지 담담하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돌아오지않는 문자도 날려보고, 받지않는 전화도 걸어보고, 심지어 집 앞까지 찾아가 매달려도 보지만... 결국 깨닫게 되는건 당신들이 이미 헤어졌다는 냉혹한 현실일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건 상대를 원망할 일도, 상대를 미워할 일도 아니다. 당신들이 이별한 이유... 그가 당신을 돌아보지않는이유. 당신 혼자만 힘들고 괴로운 이유는... 그는 당신만큼 간절하지 않다는것. 그저 그것뿐이다. 아니 어쩌면 그는 오히려 지저분하게 사랑의 끝을 마무리짓는, 헤어진것도 아니고 아닌것도 아닌것처럼 찌질하게 당신을 붙잡고 늘어지는 나쁜놈보다 훨씬 착한(?)사람일지도모른다.

괴로워도해보고, 미련도 가져보고, 나중에 후회할 짓(?)도 해보지만... 결국 결론은 하나다. 당신은 결국 이별했다는것... 연애의 8할은 환상이지만 이별의 8할은 현실이라 누가 그랬던가. 현실을 인정하는것. 현실을 받아들이는것... 누가 위로해도, 누가 알려줘도 와닿지않겠지만... 결국 당신 스스로 위의 3단계의 과정을, 시행착오와 고통의 과정을 겪고 나면 결국 깨닫게 될것이다.

더 이상 환상에만 매달리지마라, 더 이상은 추억에만 매달리지마라. 과거가 아무리 아름답고, 장미빛이었다고 할지라도... 내것이 아니면 결국 묻어버려야하는 기억일 뿐인것을... 오히려 인정하고, 괴로워하고, 마음껏 눈물흘려라. 머리를 자르고, 그와의 사진을 불태우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동안 못해왔던... 하고싶던 모든 것을 마음껏 저질러(?)버려라.

그와 당신은 그저 인연이 아니었을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숨도 쉬기힘들만큼 답답하지만... 더 이상은 사랑할수없을것도 같지만... 아무리 큰 상처라도 결국 아물기 마련이고 당신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현명하고, 성숙하며,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웃고, 다시 두근거리고, 다시 행복한 사랑을... 얼마든지 잘 해나갈 수 있을것이다. 그게 바로 당신이다.^^ 그저 당신에게 필요한건 상처가 아물 약간의 시간뿐이다. 그리고 그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당신도 분명히 깨닫게 될것이다. 그 상처와 고통들도 결국 더 나은, 더 성숙한 사랑을 하기위한 지나가는 과정이었을뿐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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