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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안해?"

사귄지 벌써 4년이 지났건만... 이제 여자 나이로 마지노선이란 서른도 훌쩍 넘어버렸건만 야속한 남자친구는 아직 결혼 얘기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이런 얘기 여자가 먼저 꺼내기 부끄럽고 자존심도 상하지만 결국 그녀는 이렇게 조심스레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남자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아직 내가 준비가 안됐다고... 아직 취업한지도 2년밖에 안됐고 돈도 많이 못모았고... 그리고 지금은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내가 그런게 다 준비되고 갖춰져있길 바라는것도 아닌데... 같이 살아가면서 하나하나 장만해가고 싶다고도 했는데... 내 맘 몰라주는 그가 야속하기도하고... 서럽기도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할말이 있어.."

평소와는 다른, 왠지 긴장한듯한 남자친구의 말투.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게 아닐가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냉정한 한 마디의 말은...

"우리 그만 헤어져."

순간 귀를 의심할수밖에 없었던 그녀였다. 칭찬을 기대하고있었는데 돌아온건 따귀더란 웃지도 못할 이야기가 바로 내 이야기가 된걸까.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내가 결혼 얘기 꺼내서 부담스러웠어? 니가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거잖아."

"미안하다. 너 때문이 아니라 다 내 잘못이야. 그냥 내가 잘못한거라고 생각해."


차갑게 돌아서는 그의 마지막 뒷모습.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야 뒤늦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만 바라보며 살아왔는데... 막연하지만 언젠가 결혼이란걸 한다면 내 옆에 서있을 사람은 분명 그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서른이 훌쩍 넘어버린 나이. 나는 어떡하라고... 그에 대한 미움이 앞서지만 내심 답답한 마음도 든다. 그는 도대체 왜 헤어지자고 하는걸까. 내가 싫어서? 그럼 지금까지 나하고 왜 사귄건데... 결혼이 부담스러워서? 내가 그한테 모든걸 다 해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결혼을 앞두고 헤어지자고하는 남자친구. 그의 속마음은 대체 어떤것일까?


1. 정말 이 여자와 결혼하는게 맞는걸까?


비유가 다소 조악하지만 휴대폰을 살때를 생각해보자. 그동안 진열대 밖에서만 바라다보던 갖고싶던 그 휴대폰을 장만하기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았다. 어플도 다양하고, LTE도 되고 WIFI도 잘뜬다는(응?) 바로 그 휴대폰! 어렵사리 번 돈을 가슴에 품고 마지막 순간 결재를 하려고 계산대에 서니...

'이건 2인데, 곧 3 나오는거아님? 이 폰 보다 저 폰이 와이파이 더 잘터지는거 아님?'

...하는 묘한 불안감이 무럭무럭 들더라는것. 하물며 결혼이란 중대한 선택은 휴대폰을 선택하는 작은 일과는 비교불가겠지? 결혼이라는, 인생 최대의 선택의 기로에서 사람들은 보다 냉정하게 생각하게된다. 내가 더 아까운건 아닌가 저울질도해보고 나중에 후회하지않을까 걱정도 들고, 왠지 지금 그녀보다 더 나은 사람도 있을꺼같다는 생각도 들고...연애할때는 그럭저럭 괜찮았고 상대에게 딱히 문제가 있는것도 아니지만 막상 최후의 그 순간(?)이 도래하니 그녀가 결혼할 정도로 내게 딱 맞는 사람은 아닌거같단 생각도 든다.

기회비용에 대한 아쉬움도있다. 이젠 그 여자와 가족만 바라봐야하고, 더이상 혼자만의 자유시간도 없고, 집안끼리 기념일이니 경조사니 뭐니 이래저래 챙겨야하는것도 많고 하나 하나 생각해보려니 머리가 다 아플지경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니 과연 그런걸 감수하고라도 결혼이란걸 할만큼 이 여자가 나에게 가치있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란것. 괜히 오래 붙잡고 있으면 나만 더 나쁜놈되는거니까 아닌것같다면 그녀를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헤어지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2.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싸우고 다투고 툭하면 헤어지잔 말을 했었던 여자친구. 결혼하고 나서도 별거아닌걸로 이혼하자고 한다면? 별거아닌걸로 투정부리고 짜증내는 여자친구, 결혼하고 나서도 잔소리와 짜증을 입에 달고 산다면?

이렇게... 예전부터 지금까지 둘 사이에 있었던 트러블이나 섭섭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더 크게 느껴진다. 빙산 아래에는 그보다 더 큰 빙산의 뿌리가 존재하고 있다고하는데...  이런 트러블들이 한참 알콩달콩한 연애시기에도 걸리는데 결혼 후에는 더 심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든다. 

그리고 원래 안좋은쪽으로 보기 시작하면 마음에 걸리는게 어찌나 많은지, 오랜기간 연애를 유지해왔었고, 분명 서로 결혼까지 생각해왔을 정도로 좋은 기억, 행복했던 추억도 무척이나 많았겠지만 우선 당장은 안좋은것만 눈에 들어온다. 물론 언제든 무를(?)수있고 서로에 대한 책임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연애까지만은 그렇게까지 문제가 안됐을지 모르나 막상 결혼을 눈앞에 두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는것.



 

3. 보다 현실적인 문제


보통 결혼에 있어서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현실적이라고들하는데 그렇다고해서 남자라고 비현실(?)적인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집 VS 혼수라는 다소 불평등한 공식은 어느 정도 현실로 받아들이는 추세지만... 그것도 억울(?)한데 그것보다 저울 추가 한쪽으로 더 심하게 기운다면?

예전엔 사랑만 있으면 결혼할수 있을것 같았는데... 숟가락 하나만 달랑 들고 시집와도 사랑해주고 싶었는데... 이젠 솔직히 이것저것 따지고 비교하게된다. 나는 그간 모은 돈이랑 부모님이 보태준 돈 합쳐서 전세집 하나는 해가는데  여자친구는 졸업하고도 3년간 백수로 지내다 얼마 전에야 취업을해서 모아놓은 돈 한 푼 없다. 여자친구 집에서도 딱히 보태줄 생각없는 것 같다. 장가 가서 처가 득 톡톡히 본다는 친구놈 이야기도 들려오는데 내 여자친구는 말그대로 칫솔 한 개만 들고 시집올판. 기우는 것도 적당히라야지 사랑만으로 감싸주긴 왠지 억울하다. 내가 이렇게 속물이었나하는 죄책감이 문득들면서도, 죄책감은 한순간이고, 결혼은 평생이란 생각도 슬그머니 든다.

물론 그는 나쁜 사람이다. 하지만 당신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조언도 한가지 하고자한다. 어떤 이유로든간에 '괜찮아. 몸만와도돼. 내가 다 책임질께.', '취업? 걱정하지마. 여차하면 내가 먹여살릴꺼니까.'라는 남자의 감언이설에 속아 손놓고있지마라. 지금은 비록 다정다감한 그지만 중요한 그 순간에 그는 놀라우리만큼 현실적인 사람으로 변할지도 모르니까. 무조건 남자를 믿고 의지하기만 하기보다 스스로의 실력과 커리어를 유지하는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당신 스스로를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시키지마라. 당당하게 요구하고, 주장할수있는 동등한 존재로써의 당신 스스로의 삶을 가꿔나가라. 공작은 깃털을 완전히 갖췄을때 비로소 아름다운 법이다. 누군가가 당신의 깃털을 버리는 댓가로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안아준다 하더라도 결코 그 깃털을 포기하지마라.



이상으로 결혼을 앞두고 헤어지자고 하는 남자들의 리얼한 속마음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물론 남자가 원래부터 딴 여자랑 양다리였다는 카이저소제리스틱한 사연이나, 넌 나보다 더 좋은 사람만나서 행복해야돼(그리고 난 너보다 더 좋은여자 만나야돼.응?)같이 상대를 사랑하기에 헤어지는거란 손발 오그라드는 이유도 없잖아있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뭔가 마지막 선택이라고하니 더이상 무를수도 돌아갈수도 없는 선택이, 누군가를 '책임'져야하고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운것이다. 

믿었던 사랑이었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람이었기에... 더욱더 슬프고, 아프고 당혹스럽고, 뒤통수 맞은듯한 그 기분 필자도 알고남음이다. 하지만 나쁜놈이라 욕할것도 없고, 원망할것도 없다. 어차피 그의 사랑은 '거기까지'였던것뿐 연애의 달콤함과 달달함까지는 좋았지만 정작 서로가 서로를 '책임' 져야하는 상황앞에서는 그는 비겁자였을뿐. 오히려 한살이라도 더 먹기(?)전에 그의 진심을 알아차렸으니 다행아닌가. 그리고... 더 다행인건 그가 마음속으로 그런 못된 마음을 품고도 억지로(?) 결혼한거라면 그 결혼이 행복하지못할거란건 자명한 일 아니겠는가.

넘어져도 괜찮다, 울어도 괜찮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 주저앉아있지만은 마라. 실컷울고, 눈물을 닦고 그렇게 다시 일어나는거다. 그렇게 머리속으로 저울질하고, 계산기 두드리는 남자말고, 당신을 있는 그대로,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감싸안아줄 그런 남자는 어딘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니까. 당신이 '되는' 그날까지 라이너스의 연애 사용설명서는 계속된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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