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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적글적

미군 부대에서 총맞을뻔하다.

라이너스™ 2008. 12. 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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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 중의 일이다. 아는 분도 있겠지만 나는 의경출신이다. 흔히말하는 짬이 안될때, 하필이면 미국 국제무역센터에 9.11. 테러가 터졌다. 새벽에 야간 보초를 서고있는데 갑자기 내무반 불이 일제히 켜지며 사람들이 완전 진압복장으로 갈아입는거다.



이게 뭔일인가 했더니. 그 견고하고 커다랗던 건물이 폭발해버리는 장면이 TV에서 흘러나오고있다. 우리 관할(부산진)에는 하야리아 미군 부대가 자리 잡고있었기에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테러에 대비해 미군 부대로 총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진것이다.



총을 들고 미군 부대 앞을 지키는데 죽을 맛이다. 왜 남의 나라 군대를, 그것도 의경이 지켜야하는지 하는 생각도 들고, 하필 보초 서고 자지도못한 상태에서 이런일이 터져서 하는 생각... 테러범이 쳐들어 오진 않을까하는 불안감등 온갖 상념들이 머리속을 어지럽힌다.

근무 교대를 마치고나선 고생하는 부대원들을 위한 야식을 준비한다. 보통은 컵라면이다. 우리 소대가 지키고있던 곳은 후문쪽이고, 방범순찰대 버스는 정문쪽에 있다. 때마침 정문을 지키고 있던 나와 소위 챙기는 기수인 손 상경이 버스에 가서 라면 물을 받아왔다. 그 뜨거운 물을 받는 보온 상자(?)는 매우 독특하게 생겼다. 두명 정도가 들어야 들릴만큼 무거운 직사각형의 커다란 쇠통에 파란색(경찰색?)으로 페인트가 칠해져있다.

후문까지의 거리는 속보로 20분정도? 꽤나 먼거리다. 손 상경과 나는 그 쇠보온통을 들고 낑낑거리면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철컥, 철컥, 철컥!"

"Freeze!(정지)"


갑자기 뒤통수와 옆구리, 다리쪽에 총구가 와닿는다. 십여명의 미군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총을 겨눈것 이다. 심지어는 유탄발사기도 보인다. 저거 맞으면 벌집되겠네.; 갑자기 머리가 새하애진다. 뭐지. 뭐가 잘못된거지. 이대로 죽는건가. 덩치큰 백인 한명이 총구를 들이밀며 말한다.


"Hey, What's that?"
(이봐, 그거 뭐야?)


응, 뭐라고 뭐가 뭐야?
나도 떨리는 목소리로 답한다.


"What do you mean? I can't understand what you say?"
(무슨 뜻이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What a FXXX! Hey, You. Open the box, slowly"
(이런 XX! 이봐 너. 그 박스 열어봐. 천천히...)


아... 이거...;;;; 그제서야 난 우리가 왜 잡혔는지 알수있었다. 그 녀석들은 우리가 들고 가던 쇠보온통을 폭탄물로 오해한것이다. 하긴 좀 그럴만하기도 하다.-_-a

내가 다시 설명을 하려하자. 갑자기 한국 사람 한 명이 뛰어온다. 카투사인듯.


"이봐요, 그거 뭡니까?"

"라면 끓일 물인데요...;;;"

"....."

"....."


어찌보면 양 진영(?)은 이 어처구니 없는 촌극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그들은 친구가 되기로 하였다...라는 미국식 코미디에나 나오는 장면이 진행될법도 하지만... 걔네들은 9.11.테러라는 초유의 사태와 우리는 온몸이 벌집이 될뻔했다는 끔찍한 사태 아래에서 웃음도 나오지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술자리에서 안주거리일 뿐이지만...
사실은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는거...; 
어쨌거나 목숨은 하나다...-_-;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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