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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일어나서 왼쪽 발로 땅을 딛는 순간 움찔하고 말았다
. 어제 살짝 아프던 왼쪽 발목이 무척이나 아팠던 것이다. 에고 너무 무리했는가ㅜㅜ 그렇다, 사실 비밀(?)이었지만 필자도 강철체력 철인28는 아니었던 것이다. 징징ㅜㅜ 어쨌든 호텔에서 토스트와 주스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 택시로 Express Bus terminal까지 갔다.

 

택시 기사에게 요금으로 10RM을 주자 버스표 예매하는 곳도 소개시켜준다. 25RM을 주고 콸롸룸푸르로 가는 버스티켓을 끊었다. 그러자 지금 바로 버스가 출발한다면서 타라는 것이다. 사촌이 먼저 올라타고 뒤를 이어 내가 올라탔는데 사촌까지 딱 앉고 나니 자리가 없다. 운전기사가 나하고 내 바로 뒤에 서 있던 한 일본 여자보고는 옆 버스에 타란다. 내가 놀라서 저 애하고 나하고는 일행이라 같이 타야 한다. 태우려면 같이 태우고 내리게 하려면 같이 내려달라고 했으니 거기 터미널 가면 다 만난다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내고 문을 닫고 출발해버린다. 이 황당함. 어이없음…-_-;;

 

어쨌든 아까 그 표를 가지고 창구로 가니 다른 티켓으로 바꾸어준다. 마침 옆에 있던 어떤 일본 여자에게도 표를 하나 건네주자 고맙다고 말하고 먼저 버스에 오른다. 뒤따라 내가 올라가니 그 일본 여자가 다시 내려오는 게 아닌가. 왜 그러냐고 물으니 안에 아무도 없단다. 내가 설마해서 올라가니 진짜 버스가 텅텅 비어있다. 그래도 일단 타고 있자 싶어 올라타니 일본 여자도 따라 올라온다. 잠시 후 말레이계 할아버지 한 명이 더 타고 운전기사가 오더니 달랑 세 명을 태우고 버스가 출발했다.

… 10분 늦게 출발하는 대신에 편하게 가네, 하면서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귀에 이어폰을 꼽고 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아까 그 말레이계 할아버지가 손에 작은 콜라 페트 병을 들고 다가온다. 그리고 말레이어로 뭐라고 말하신다. 당연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대강 눈치로 나보고 콜라를 사라는 말인지 알고, 영어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간다.

 

좀 안됐다싶어 사줄까하고 할아버지를 쳐다보니 할아버지가 콜라 펫트 병을 열려고 안간힘이다. 손으로 해보다 안되니까 옷으로 감싸고도 시도해보고 있다. ! 뚜껑을 열어달라는 말이구나. 그제야 깨닫고 그 할아버지께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콜라 병을 내게 내미신다. 내가 받아서 열어보려해도 잘 안 열린다. 그래도 도와주려면 끝까지 도와줘야지, 나도 아까 할아버지처럼 옷으로 뚜껑을 감싸고 순간적으로 힘을 강하게 가하자 뚜껑이 열렸다. 도로 돌려주자 그 할아버지는 좋아서 입이 귀까지 걸린다. 그리고

 

뜨리마까시(고맙습니다).”

 

라고 하신다. 이건 알아듣겠다…^^;; 그래서 나도 웃으면서

 

사마 사마(별 말씀을요.)”

 

라고 대답해 주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일본 여자도 미소년(혹시 쌀 자가 아닐지? ;;)과 노인이 등장하는 하트 워밍 스토리(?)에 싱글벙글이다. 덕분에 콸롸룸푸르까지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나름대로 기분 좋은 분위기로 갈 수 있었다.

 

콸롸룸푸르로 들어오는 초입에서부터 멀리 쌍둥이 빌딩콸롸룸푸르 타워가 보였다.

 
저게 바로 숀 코네리 주연의 영화 엔트랩먼트에 나오던 그 빌딩이구나 하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설래였다. 도시로 진입한지 얼마 안돼서 버스는 KL(콸롸룸푸르) Express Bus Terminal에 도착했다. 어서 사촌을 만나야지하고 내리자마자 대합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는데 무척이나 넓고 사람들이 바글거려 복잡했다. 서울역의 2배 정도 크기랄까게다가 창구마다 빽빽한 사람들에 의자에도 사람들이 그득그득그 속에서 사촌을 찾으려니 그야말로 짚 더미에서 바늘찾기였다. 달리 연락할 방법도 없고 해서 공중전화로 인도네시아에 있는 집으로 전화를 걸려고 시도했으나 외국으로 걸기 위해 001을 누르자마자 바로 전화가 꺼지고, 또 시도해봐도 꺼지고, 다른 전화기로 가서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한 시간이 넘도록 그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터미널 안을 돌아다녔으나 사촌은 찾을 수 없었다. 한국 대사관으로 가봐야하나, 아님 내가 전에 어렴풋이 사촌보고 KL가면 묵을거라고했던 말라야 호텔로 가봐야하나…-_-;; 망설이다 결국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말라야 호텔로 향했다. 이번에도 미리 흥정을 해서 10RM(3500)을 냈는데 나중에야 알고 보니 말라야 호텔은 터미널에서 걸어서 겨우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크허헉 아까운 내 돈..ㅠㅠ

 

호텔 프론트로 가서 우선 투숙객 확인부터 부탁했다. 호텔 데스크 요원이 씨니까 ‘Son’, ’Sun’, ’Shon’, ’Sonn’ 등으로 검색해봤으나 나오지 않았다. 이리로 온 건 아니구나 싶었지만 일단 내 이름으로 체크 인을 하고 방을 배정받아 들어갔다. 호텔에서는 당연히 국제 전화가 되겠지싶어 IDD를 이용해 국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설명서를 보니 여기는 국제전화를 걸 때 ‘001’,’002’ 이런 식이 아니고 무조건 ‘00’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 아깐 삽질만 했구나. 어쨌든 그걸로 인도네시아의 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께서는 크게 놀라시며(^^;;) 혹시 사촌한테 연락이 오면 받아둔다고 하셨다. 그래서 잠시 방에 앉아 있다가 안 되겠다, 다시 찾으러 터미널로 가봐야겠다 싶어서 방을 나가려다 집에 한번만 더 연락을 해보고 가자 싶어 전화를 하니 아버지와 정락이가 이미 연락이 됐단다. 천만다행말라야 호텔 쪽으로 오고 있다길래 부랴부랴 로비로 내려갔다. 밑에서부터는 같은 시각의 사촌 동생의 행동이다.

 

사촌 동생은 KL 터미널에 내린게 아니라 터미널 근처에 내려지게 되었단다. 그러니 나하고 만날 수가 있나…-_-;; 어쨌든 사촌도 나처럼 전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근처를 헤매다 피씨방을 발견했단다. 거기서 MSN으로 접속을 해보니 자기 친구 한 명이 마침 접속해 있더라나. 기뻐서 펄쩍 뛰며 말을 걸어서 사정을 얘기하고 한국에 있는 자기 아버지(나에겐 고모부)께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 친구를 통해 전한 사촌 동생의 사정을 들은 고모부는 때 마침 인도네시아의 우리 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호텔 위치를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고모부는 다시 그 친구에게 전화로 연락하고, 그 친구는 다시 MSN으로 사촌동생에게 호텔 위치를 가르쳐준 것이다. 복잡한가? -_-;;;

 

하여간 이런 꽤나 복잡한 사연 끝에 드디어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감동의(?) 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도 감동의 눈물을 흐렸다는말도 안되는-_-;;;

 

이런 이야기들을 하며 근처 맥도날드에서 치킨(!)버거 밀로 점심을 먹었다. 여기 맥도날드에서도 돼지고기 패티가 들어간 버거는 없었던 것이다ㅠㅠ 예전엔 그렇게 좋아하던 닭고기가 이젠 슬슬 지겨워진다...-_-;; 그리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카운터에서 Genting Highland Daily Tour(Full day tour)를 신청했다. 말레이시아의 거의 모든 호텔에선 앞에 따로 여행 안내 팜플렛이 없더라도 카운터에 문의하면 투어를 알아봐준다. 일인당 65RM(22750)에 내일 오전 8:45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계를 보니 18:30 정도다. 오늘 하루는 공쳤다는 생각에 아쉬워서 어차피 이곳은 차이나 타운이니 나가보면 뭐라도 볼 수 있겠지 싶어 일단 밖으로 나갔다. 약간 번화한 곳으로 나가자 S&M(혹시 사디즘 & 마조히즘의 약자는 아니겠지…;;;)이라는 꽤나 큰 쇼핑몰이 보였다. 지하 매장부터 차근차근 구경해 들어가는데 여기서도 한류 열풍을 느낄 수 있었다.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의 연예인들에 관한 것이었던 것이다. 배용준, 최지우, 채림(유부년데…-_-;;) 등의 사진들과 포스터들이 가게 곳곳에 걸려 팔리고 있고 가을 동화, 겨울 연가 같은 한국 드라마도 중국어, 말레이어 자막으로 번역되어 CD로 팔리고 있는 걸 보니 이곳에서의 그들의 인기가 실감이 갔다. 또한 핸드폰 매장의 절반은 노키아, 절반은 삼성이 휩쓸고 있었는데 삼성이 기능면에서도 훨씬 우세하고 가격대가 좀더 높은 고급 브랜드에 속하는 것 같았다. 장하다, 수출의 역군! 하긴 내가 입대 전 싱가포르에서 산 카메라도 삼성 꺼군…^^;; 그외에 옷가게나 기념품 가게도 구경한 후에 드디어 대형 할인 마트를 발견했다. 건전지, 필름, 물 등을 고른 후 어제 다친 발을 생각해서 호랑이 기름을 찾으러 다녔다. 그런데 한 귀퉁이에 호랑이 기름뿐만 아니라 파스도 있지 않은가! , 솔직히 파스를 구하고 싶었지만 여기 있을까 싶어 호랑이 기름을 찾은건데어쨌든 발견한 김에 두 개 다 사버렸다.ㅎㅎ

 

필요한 것도 샀겠다 이제 내려가볼까, 하는데 위 층에 음식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한 츰이 다 음식 매장들로 가득 차 있고 가운데 의자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뭔가 신기한 걸 먹어보려고 한참을 헤매다 결국 타이 음식점 앞에서 Ginger Chicken rice라는 걸 주문했다.


Ginger분명이 어디서 많이 본건데했는데 갑자기 한국 KFC에서 파는 징거 버거가 생각났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KFC의 징거는 스펠링이 zinger…^^;)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Ginger의 뜻은 생각나지 않았다. 잠시 후 짜장과 비슷한 소스에 잘게 다진 닭고기와 야채가 섞인 밥이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여 크게 한 숟갈 떠서 먹어보았다. 근데 뭔가 야채 비스무리한 걸 씹는 순간, 하마터면 눈물을 찔끔 흘릴 뻔 했다. 갑자기 Ginger의 뜻이 생각났다. 뭘까? ^^;; 그렇다, 생강이다…-_-;; 골라내고 먹을까하는 일시적인 유혹에 빠지기도 했으나 이곳 음식을 이곳 스타일대로 철저하게 경험하고자하는 욕구가 더 강했기에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다 먹어치우고야 말았다. 먹다보니 오히려 이런 톡 쏘는 맛이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호텔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근 다음 호랑이 기름을 바르고 파스를 붙였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돌아 다니려면 아무쪼록 발목이 빨리 회복되야 하는데


200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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