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중의 일이다. 아는 분도 있겠지만 나는 의경출신이다. 흔히말하는 짬이 안될때, 하필이면 미국 국제무역센터에 9.11. 테러가 터졌다. 새벽에 야간 보초를 서고있는데 갑자기 내무반 불이 일제히 켜지며 사람들이 완전 진압복장으로 갈아입는거다.



이게 뭔일인가 했더니. 그 견고하고 커다랗던 건물이 폭발해버리는 장면이 TV에서 흘러나오고있다. 우리 관할(부산진)에는 하야리아 미군 부대가 자리 잡고있었기에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테러에 대비해 미군 부대로 총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진것이다.



총을 들고 미군 부대 앞을 지키는데 죽을 맛이다. 왜 남의 나라 군대를, 그것도 의경이 지켜야하는지 하는 생각도 들고, 하필 보초 서고 자지도못한 상태에서 이런일이 터져서 하는 생각... 테러범이 쳐들어 오진 않을까하는 불안감등 온갖 상념들이 머리속을 어지럽힌다.

근무 교대를 마치고나선 고생하는 부대원들을 위한 야식을 준비한다. 보통은 컵라면이다. 우리 소대가 지키고있던 곳은 후문쪽이고, 방범순찰대 버스는 정문쪽에 있다. 때마침 정문을 지키고 있던 나와 소위 챙기는 기수인 손 상경이 버스에 가서 라면 물을 받아왔다. 그 뜨거운 물을 받는 보온 상자(?)는 매우 독특하게 생겼다. 두명 정도가 들어야 들릴만큼 무거운 직사각형의 커다란 쇠통에 파란색(경찰색?)으로 페인트가 칠해져있다.

후문까지의 거리는 속보로 20분정도? 꽤나 먼거리다. 손 상경과 나는 그 쇠보온통을 들고 낑낑거리면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철컥, 철컥, 철컥!"

"Freeze!(정지)"


갑자기 뒤통수와 옆구리, 다리쪽에 총구가 와닿는다. 십여명의 미군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총을 겨눈것 이다. 심지어는 유탄발사기도 보인다. 저거 맞으면 벌집되겠네.; 갑자기 머리가 새하애진다. 뭐지. 뭐가 잘못된거지. 이대로 죽는건가. 덩치큰 백인 한명이 총구를 들이밀며 말한다.


"Hey, What's that?"
(이봐, 그거 뭐야?)


응, 뭐라고 뭐가 뭐야?
나도 떨리는 목소리로 답한다.


"What do you mean? I can't understand what you say?"
(무슨 뜻이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What a FXXX! Hey, You. Open the box, slowly"
(이런 XX! 이봐 너. 그 박스 열어봐. 천천히...)


아... 이거...;;;; 그제서야 난 우리가 왜 잡혔는지 알수있었다. 그 녀석들은 우리가 들고 가던 쇠보온통을 폭탄물로 오해한것이다. 하긴 좀 그럴만하기도 하다.-_-a

내가 다시 설명을 하려하자. 갑자기 한국 사람 한 명이 뛰어온다. 카투사인듯.


"이봐요, 그거 뭡니까?"

"라면 끓일 물인데요...;;;"

"....."

"....."


어찌보면 양 진영(?)은 이 어처구니 없는 촌극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그들은 친구가 되기로 하였다...라는 미국식 코미디에나 나오는 장면이 진행될법도 하지만... 걔네들은 9.11.테러라는 초유의 사태와 우리는 온몸이 벌집이 될뻔했다는 끔찍한 사태 아래에서 웃음도 나오지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술자리에서 안주거리일 뿐이지만...
사실은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는거...; 
어쨌거나 목숨은 하나다...-_-;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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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엘틴
    2009.01.17 14:11 신고

    총기소유가 허가된 미국은 참으로 무섭네요 ;;
    일본이나 호주 등지는 가서 살고 싶기도 한데,,
    미국은 총기사건이 빈번해서, 가기가 꺼려지네요 &_&

  3. BlogIcon TISTORY 운영
    2009.01.22 11:43 신고

    안녕하세요.티스토리 입니다^^
    회원님의 포스트가 현재 다음 첫화면 카페.블로그 영역에 보여지고 있습니다. 카페.블로그 영역은 다음 첫화면에서 스크롤을 조금만 내리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님께서 작성해 주신 유익하고 재미있는 포스트를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다음 첫화면에 소개 하게 되었으니, 혹시 노출에 문제가 있으시다면 tistoryblog@hanmail.net 메일로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티스토리와 함께 회원님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4. BlogIcon 재밍
    2009.01.22 12:13 신고

    재미있게 봤고 추천했습니다. ㅋ
    해코지라도 당한다면 보상받을길도 없죠...

  5. 리치
    2009.01.22 12:20 신고

    영어 못 알아 들었어도 큰일 났겟어요. 걔네 발음은 우리가 아는 영어도 알아듣기 힘들던데. 더군다나 당황 했을텐데 알아듣고 영어로 되 묻기까지 하셨으니 평소 영어공부 안 했던 사람임 큰일 나겠네요?

  6. BlogIcon login
    2009.01.22 13:31 신고

    캬캬캬캬캬캬캬... 전 9.11 테러난 날 미군기지 앞에 진지 만들어서 매복한 적도 있었죠^^

  7. 닭살
    2009.01.22 13:34 신고

    난 전경이었는데.. 섬에서 술마시면서 건물 무너지는거 티보로 보고있다가.. 본서에서 전화 한통 받고 잤다는 쿨럭~

  8. BlogIcon 다이스끼요
    2009.01.22 14:01 신고

    미국에서 제일 더러운 찌꺼기들한테 땅 다 내주고 국가의 안보를 의존 하여야 하는 한국의 슬픈 현실...

  9. 특수기능
    2009.01.22 14:37 신고

    친절하시게 다 댓글을 달으시네 ㅎㅎ 재미잇게 봤어요

  10. pyramus_mania
    2009.01.22 15:15 신고

    같은 의경출신이네요..ㅋㅋㅋ
    전 그때 아내.딸이랑 같이 뉴질랜드에 살고 있었는데
    그때도 tv 중간에 속보해서 계속 나오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호덜갑 떨거나 하진 않았죠 -_-...

    저도 의경생활할때 미공병단 주기적으로 정문 보초 서봐서 그 분위기는 안봐도 알것 같습니다. ^^

  11. BlogIcon 키위
    2009.01.22 15:41 신고

    위에 글 남기신 님, 뉴질랜드 어디 사셨어요? 오클랜드?
    저도 오클랜드에서 15년 정도 살았고 시민권도 뉴질랜드입니다. 지금은 한국에 직장 얻고 살고 있지만... 가족들은 다들 오클랜드에 있어요. 집도 거기고...
    너무 방갑네요.

  12. 파이
    2009.01.22 16:16 신고

    나도 의경 출신입니다 하야리아 부대앞을 지나갈때 마다 느끼는거였는데 세계최강 미국부대를 지키는 막강 의경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웃기는 현실입니다 지금은 미군부대 이전 중이지요

  13. 피지
    2009.01.22 17:50 신고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
    테러 이후 미 대사관 앞 공용도로의 양 끝을
    약 2미터의 콘크리트 벽으로 막아버렸습니다 -_-;;;

    지도상에 버젓이 나와있는 남의 나라 땅을 말이죠..
    어느날 차를 몰고 도로에 진입했더니,
    도로가 ......없어졌어요.....

    얘네도 우리나라 정부만큼이나 밸도 없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쿠테타가 나고나니,
    새로운 군사정부가 또 어느날 갑자기..
    그걸 부숴버리겠다고 통보하더라구요..
    911테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앞에 말은 못했지만,
    걔네들 한테도 미국인 특유의 호들갑스러움이 눈엣가시였다는 거죠...^.^

    미군한테는 한국인의 목숨값은,
    총알보다도 싸네요...
    참 씁쓸합니다...

    죽을 고비를 적어도 3번은 넘기셨으니,
    1.영어를 못알아들었거나, 대답을 못하셨다면,,, 이미...
    2.맨몸으로 지키는 줄 도 모르고 테러범들이 다행이 노려주지 않아서...
    3.라면끓일 물이라는 말에도 그얘들이 이성을 잃지 않아주어서...(어찌나 고마운지...ㅋㅋ)

    귀한 목숨 장수하시고, 행복하세요!!

    • BlogIcon 라이너스™
      2009.01.22 19:24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라면 끓일물이라는 말에 이성을 잃지않아서..ㅋㅋ
      와닿네요. 어쩌면 그말에 맥이 풀려서
      방아쇠에 손이 절로 갔을지도.^^;
      꼭! 오래 살겠습니다. 행복하세요^^

  14. 123
    2009.01.22 21:58 신고

    리플을 달았는데 리플이 삭제됐네요?
    여기 주인장께서는 막 삭제하시나봐요?

    • BlogIcon 라이너스™
      2009.01.22 22:06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어떤 리플을 다셨나요?
      혹시 아까 의경 출신이란 분 아니신가요?
      그건 제가 똑같은 리플이 두개가 달려있길래
      한개만 지웠는데 나머지 한개마저 다 지워져버리더라구요.
      티스토리 오류가 난듯해요.
      만약 그게 맞다면 죄송해요.^^;

    • BlogIcon 애기_똥풀
      2009.03.09 16:4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럴 때 휴지통에 가 보시면 복구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http://toyvillage.tistory.com/admin/trash

  15. FINCOM
    2009.01.22 22:01 신고

    의경출신이시군요. 저는 카투사로 서울 용산에서 근무했습니다. 짬이 안되셨을 때 9.11이 터지셨다니 저와 입대시기가 비슷하신 것 같네요. 서울인 만큼 표적이 되기도 쉬워서 의경분들이 부대 출입구 바깥쪽에 많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효순-미선양 장갑차 사건이 있었을 때 부대의 한쪽 출입로로 엄청나게 많은 수의 민간인들이 밀고들어오는 걸 몇몇 의경분들이 막는..게 아니라 사실 막는건 철문이었고 의경분들은 거의 파묻힌 일도 있었습니다.

    용산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카투사들이 그렇지만 근무중에 일 때문에, 아니면 사적인 일로 부대를 출입하는 경우가 잦고 저 역시 그래서 참 의경분들 자주도 봤는데, 한편으론 미안하고 (아무래도 카투사가 더 편하니까요)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면서도 그들이 우리 카투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가 않아 (님이 쓰신 것처럼 왜 남의 나라 군대를 우리가 지켜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마당에 자신과 같은 한국인이면서도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미군과 같은 지위를 누리는 카투사들이 곱게 보였을리가 없었겠죠^^) 불쾌하고 '뭐야 저 자식(들)'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등 복잡한 감정을 가졌더랬죠. 님의 글을 보고 옛날 군시절이 생각나서 잡감을 적어보았습니다...글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라이너스™
      2009.02.01 09:3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렇군요^^
      저도 솔직히 의경을 왜 배치 하는지 그 실효성에
      의문이더군요. 그냥 보여주기식의 배치가 아녔나하는
      생각도 들구요.^^;
      군생활하면서 까라면 까는거죠. 누가 누굴 원망하겠어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16. DFUD
    2009.01.22 23:51 신고

    총맞은것처럼~~~~ 죄송합니다 ㅎㅎ 글 잘보고갑니다^^

  17. BlogIcon 보노보노
    2009.01.23 01:41 신고

    911때라면 제가 아직 고등학생일 때이군요. 전 2005년에 부산 하야리아 헌병중대에서 근무했습니다. 하야리아부대에 주둔하고 있던 중대가 여럿있지만 그중에서 헌병중대가 가장 컸기 때문에 헌병들한테 잡히신게 아닌가싶네요. 사실 사고 젤 많이 치고 다니는 미군들이 전투병 다음으로 헌병인데... ㅋㅋㅋ 지들끼리 사고치고 지들끼리 잡고... 어쨌든 부산에서 전경분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훈련갔다오면 남는 전투식량이나 음식공유한 것 빼고는 없네요. '만나서 얘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참 많이 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 글을 보게 됐는데 반갑네요. 참고로 하야리아부대는 2006년에 폐쇄했습니다. 부대문닫고 가서 대구로 전입갔는데 희안하게도 폐쇄식이라던가 큰 부대행사를 맡는 부대라 폐쇄식까지 가서 제 손으로 문닫고 온 기억이 있네요.

  18. aggressiver
    2009.01.23 02:19 신고

    방순대 계셨나 보내요 ㄷㄷㄷ
    전 그때 진서 본서에서 5대기 하고 있었습니다.
    전 격대라서 ㅡ,.ㅡ 911 이후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서면 지하철에 하얀가루 있다고 방화복 입고 출동하면 도넛가루 ㅡ.,ㅡ
    사거리에 하얀가루 있다고 출동하면 세제,석고가루,분유가루 ㅡ,.ㅡ
    그 이후에 서울에서 아시아 회의인가로 방순대 차출되었을때 하야리야 정문 경비 저희가 섯답니다.
    전역도 몇달 안남았는데 군번까지 꼬여서 ㄷㄷㄷ한 시절이었다는

  19. BlogIcon kissmejuliet
    2009.01.23 05:33 신고

    관내 하야리야 부대였다면 부산진경찰서 소속아니셨나요 ~ ㅎ
    911 테러때였으면 뭐 24시간 철야를 서던 시점은 아니었으니
    오해를 할만했겠지만요
    저도 하야리야 부대에서 꼬박 철야하던 그때 시절이 생각나네요

    • BlogIcon 라이너스™
      2009.02.01 09:41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아... 진서 소속이셨나봐요?
      아님 기동대? 하긴 그 시절엔 그 주변중대랑
      기동대랑 번갈아 가면서 했으니 한번쯤은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네요^^
      행복한 주일되세요^^

  20. BlogIcon 참깨군
    2009.02.25 08:00 신고

    전경 출신입니다. 911과 백색가루 테러때 군복무를 했었지요.
    이슬람과 관련된 모든 시설을 유심있게 지켜보라는 상부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희쪽은 저같은 행정병만 바뻤는데, 백색가루 테러 이후에는 저같은 행정병도 백색가루 테러대비 진압 작전 훈련에 투입되었습니다.
    언제나 FM대로 하시는 우리 경찰서장님 덕분에 매일 방독면 쓰고 온몸을 비닐 장비로 무장한 후에 훈련을 했죠.
    훈련의 성과를 보여야 직성이 풀리시는지 밀가루만 보여도 출동해야 한다면서 막 난리를...

    덕분에 그때당시 도내에서 백색가루 테러 대비 가장 훈련이 잘된 경찰서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_-;;

  21. BlogIcon 라라 윈
    2009.03.04 20:11 신고

    지금 읽으면서는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겪으시는 당시에는 정말 진땀나셨을거 같아요...
    무사히 잘 마무리되어서 지금도 라이너스님의 멋진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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